나 없는 세상 나 없는 세상 나 없는 세상에도 철 따라 산자락에는 꽃 피고 새가 울고 있을까 나 없는 세상 깨어 있는 바람 한 무리 먼 여행 떠나는 거리 버즘나무 고단한 잎 하나 누구의 어깨에 내려앉을까 나 없는 세상에도 노을 지는 능선 길 뒷모습 따뜻하던 첫사랑의 흔적이 남아 있을까 나 없는 세상 계속 되는 .. 자작시향기 2007.06.10
새학기 새학기 봄빛 몰고 들어온 마흔 두 명의 아기 오리 닮은 새내기들 부드러운 부리를 내밀고 연신 물장난에 교실이 환하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은 용광로 쇳물을 부어낸 듯 맑고 푸름이 홍도 앞바다의 몽돌이다 3교시 쉬는 시간 “선생님, 화장실 창문으로 비둘기가 들어왔는데요. “ 당번 두 명이 헐떡이.. 자작시향기 2007.06.10
향일암(向日庵) 가는 길 향일암(向日庵) 가는 길 돌산대교로 동강난 여수 앞바다 바다는 괴로워 아침 안개를 거친 숨결로 뿜어내고 있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존재와 부재로 갈라놓고 분무기속을 걸어온 듯 바다와 하늘을 묶어놓은 것일까 지난 밤 내내 달아오르는 봄을 견디다 못해 단칼에 마감한 동백, 그 슬픈 꽃들의.. 자작시향기 2007.06.10
아카시아꽃 서럽게 날리던 날 아카시아꽃 서럽게 날리던 날 사람과 사람 사이 아쉬움이 있거든 소쩍새 뱉어내는 울음 가슴에 묻고, 우두커니 뒷짐 지고 서 있는 미루나무 정수리를 보라 물 오른 가지 사이 손바닥 뒤집으며 만드는 허공 일렁이는 잎들 따라 숨어 있던 햇살이 그리운 영혼을 불러내 꽃그늘 숲길로 초대한다 미루나무 .. 자작시향기 2007.06.10
삶의 흔들림을 생각하다 삶의 흔들림을 생각하다 지천명을 지나니, 이따금 눈이 침침해진다 ‘헌’을 ‘현’으로 읽었다가 목덜미가 뜨거워졌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다 내부로부터의 반란의 시작인가 언제까지나 잘 조율된 거문고 현처럼 맑은 영혼 울리는 탱탱한 날일 줄 알았건만 가슴에 파고 든 날은 언제일까 꽃피.. 자작시향기 2007.06.10
마지막 봄을 팔다 마지막 봄을 팔다 대자연시장 앞길에는 늦은 봄을 솎아온 할머니 한 분이 굽은 허리로 앉아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만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허연 스치로폴 박스위에 봉긋 봉긋하게 얌전히 눈을 내리 깔고 할머니 얼굴과 지나치는 행인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두릅, 쑥, 취나물, 상추, 산초 잎들 70.. 자작시향기 2007.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