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이기철 님의 시 "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의 전문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좋든 싫든 그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어떤 관계를 맺거나 아니면, 일면식으로 끝내버리기도 한다. 무수한 사람들로 채워진 세상이라는 강물에 우리 또한 세월이라는 물살을 타고 휩쓸려 떠내려가는지 모른다. 문제는 그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그 누군가와 관계를 맺어야 하고, 그 누군가와 함께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로 비롯되는 관계에서 서로의 마음을 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접촉하고 소통하므로 교감을 나누며 서로의 가슴을 덥혀주며 사는 게 인생이라서 그렇다.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내려놓은 채 떠오르는 얼굴들을 더듬어보자. 이 얼굴, 저 얼굴 수도 없는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스쳐 지나기도 하고 겹쳐지기도 한다. 그러다 끝내 지워지지 않는 얼굴들이 남는다. 눈을 뜨지 않는다면 아련하게 치밀어 오르는 아픔이 커져 가슴이 견디지 못 하고 찢어지고 터질 것 같다. 갈 수 없는 길은 절망과 같아 우리를 슬프게 한다. 갈 수 없는 길로 우리는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월이라는 벽, 공간이라는 장애는 인간을 고독하고 서럽게 한다. 그리움이라 우리는 일컫는다. 나는 과연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흐르는 노래는 한계령 - 신영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