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향기

아카시아꽃 서럽게 날리던 날

타리. 2007. 6. 10. 15:36
아카시아꽃 서럽게 날리던 날


사람과 사람 사이
아쉬움이 있거든
소쩍새 뱉어내는 울음 가슴에 묻고,
우두커니 뒷짐 지고 서 있는
미루나무 정수리를 보라

물 오른 가지 사이
손바닥 뒤집으며 만드는 허공
일렁이는 잎들 따라 숨어 있던 햇살이
그리운 영혼을 불러내
꽃그늘 숲길로 초대한다

미루나무 어깨에 잠시 앉았다가
계곡으로 내려온 새소리가
미끄럼 타듯 길 위를 넘나들더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밝음과 어둠으로 연결한다

돌아갈 길은 생각나지 않고
옷섶에 묻은 노을을 털어버릴 즈음
무심히 던져 놓인 너럭바위에 앉아
진종일 계곡 물소리만 귀에 담던
마음 푸른 날이 있었다